그날 밤, 하늘은 별조차 무서워 숨은 듯했다.

집이 무너지고, 바람은 더 이상 이름이 없었다.

그 잿빛 속에서, 리젤은 루디를 찾았다.

그의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미동도 없었다.

그렇게 리젤은 그를 안고, 오랜 시간을 떠나보냈다.

죽음마저 말없이 그 장면을 지켜봤다.

심지어 ‘죽음’조차, 루디에게는 손을 대지 못했다.

열흘 후, 고요한 병원 지하실 어딘가에서.

한 간호사가 조용히 속삭였다.

“이 아이... 아직 심장이 미약하게 뛰어요.”

루디는 살아 있었다.

온몸이 파편에 찢겨 나갔지만, 무언가가 그를 놓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리젤이 밤마다 읽어준 시,

그가 마지막까지 들고 있던 조그마한 단어의 조각들,

그리고 그 입술에 남겨졌던… 하나의 키스.

그는 몇 달 후, 아주 느리게 눈을 떴다.

말도 기억도 처음엔 돌아오지 않았지만,

리젤을 보는 순간,

처음으로 한 단어가 그의 입에서 나왔다.

리젤은 울음을 터뜨리며,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폭탄은 도시를 무너뜨렸지만,

단어 하나가 소년을 다시 숨 쉬게 했다.

그의 이름은 루디 슈타이너.

그는 죽지 않았다.

단지, 아주 오래된 꿈을 꾼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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